물처럼 흐르며, 순간의 솔직함을 춤으로 담아내는 힙합 댄서 리세. 그녀의 다채로운 움직임 뒤에는 ‘자유로움’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도전이 자리하고 있다.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만의 흐름을 지켜내며, 진실한 순간을 전하는 그녀의 여정을 지금 함께 만나보자.
인터뷰 上
나를 담아내는 춤
융 :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리 : 안녕하세요, 네오타입(Neo.type)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세입니다.
융 : 반갑습니다(미소). 요즘 근황은 어떻게 되시나요?
리 : 일단, 해외 스케줄을 계속 다니고 있고, 수업도 하고, 연습도 하고. 배틀도 나가고. 그리고 최근에 파티도 기획하고 있고. 이렇게 여러 가지 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융 : 춤으로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계시군요(미소). 그럼, 이 춤 여정의 시작이죠. 처음 춤을 추게 된 계기부터 여쭤보고 싶은데요. 제가 알기로는 17살 때 영화 <스텝업_Step Up>을 보고 춤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
리 : 맞아요. 학교 야자시간에 우연히 그 영화를 몰래 보다가 빠진 거죠. ‘어, 이거 뭐지?, 이런 춤은 뭐지?‘하면서 보다가 (학원에) 배우러 갔던 것 같아요.
융 : 그럼, 그때부터 학업과 같이 이어가신 건가요?
리 : 그렇죠. 처음에는 취미로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갔던 거라. 가서 락킹이랑 힙합을 처음 배우면서 시작했죠.
융 : 추면서 영화를 봤을 때의 전율이 느껴지셨나요?
리 : 네, 너무 재밌었어요(웃음).
융 : 그중에서도 ‘힙합’이라는 장르를 선택하신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리 : 처음에는 각 장르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냥 동네 학원에서 K-POP도 배우고, 걸스힙합도 배우고. 이것저것 추면서 힙합이 뭔지, 락킹이 뭔지 알게 됐죠. 사실, 락킹이라는 춤도 너무 좋아했는데 힙합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이라는 매력이 좀 더 크게 느껴져서 힙합을 선택한 것 같아요.
융 : 그렇다면 언제부터 취미가 아닌 업으로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리 : 그냥 진짜 좋아하는 마음으로 계속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융 : 그럼, 입시도...
리 : 입시도 제가 서예종을 나왔는데. 막 작품을 받고 준비한 게 아니라, 그냥 배웠던 걸로 시험을 보고 그랬어서. 뭔가 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흘러간 것 같네요(웃음).

융 : 그렇군요(미소). 리세님이 생각하시는 ‘힙합‘이라는 장르의 매력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리 : ’자유로움’도 있고, 힙합 음악 안에서도 여러 가지 스타일의 음악들이 많잖아요. 그게 본인을 표현하기에 엄청 좋은 수단인 것 같아요. ’나’를 담을 수 있는 장르인 느낌.
융 : 그럼, 힙합 안에서도 따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가 있을까요?
리 : 모든 춤이 다 비슷하겠지만, 자기표현. 좀 더 솔직하게 그 순간순간을 표현하는 것?
융 : 그렇다면 춤을 출 때는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리 : 자유로움이 큰 무기이자 매력이지만 ‘자유롭다‘라는 이유로 아무거나 다 허용되면 안 되니까. 힙합에서 정의하는 중요한 것들을 잘 가져가면서 본인만의 색깔로 자유로움을 잘 담아내는 것.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융 : 좋네요. 그럼, 리세님이 보는 본인의 춤을 정의해본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리 : ‘물’인 것 같아요. 제가 되게 그루비하고, 곡선적인 움직임을 좋아해서 딱 생각났어요(미소).
융 : 맞아요. 정말 음악 속에서 유영하는 듯한 무브가 인상적이신데요. 이런 리세님만의 움직임을 찾게 된 과정이나 본인의 색을 진하게 만들 수 있는 팁도 들려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리 : 저는 근데 막 ‘찾아야지!‘하고 했던 건 아니었고요. 그냥 그 순간순간에 하고 싶은 걸 계속했던 것 같아요. 춤출 때도 배틀에서 나오는 음악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먼저 반응하고. 그리고 옷이든 배틀이든 음악이든 무언가를 선택할 때 항상 본인이 하고 싶은 거를 제일 먼저 따라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자기 스타일이 되고, 취향이 되니까.
좋아하는 게 각자 다들 있을 거예요. 있는데 항상 필터링을 거치다 보니까, 본인보다는 그냥 상황을 먼저 선택하는 것 같은 느낌? 사실 다들 알고 있거든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지금 당장 하고 싶은지 다 알고 있는데 미루는 거죠.
융 : 직면하라.
리 : 직면하세요(웃음).
융 : 좋네요(미소). 그럼, 본인만의 취향과 색이 담긴 춤을 통해 따로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리 : 전달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제 순간순간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게 좋아요. 시기마다 춤이 다 다르잖아요.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느껴지는 것도 다르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융 : “이게 지금의 나야.“ 이런 느낌을 전달하는.
리 : 그렇죠. 포장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성향적으로도 즉흥적인 게 되게 잘 맞고. 그래서 저는 저지쇼 할 때도 (음악을) 준비해 가는 것보다 가끔 그냥 DJ분께 요청하거든요. 뭐가 나올지 모르는 그런 상황. 그게 되게 좋거든요. 그게 스트릿을 한 이유이기도 하고.
융 : 또, 앞서 근황에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정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수업과 심사를 많이 다니고 계신데요. 티칭을 하실 때나 저지를 보실 때는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리 : 저는 사실 어떤 사람의 춤을 봤을 때 조금 부족하고, 어색하더라도 그 사람인 게 좋거든요. 그 자체인 게 좋고. 그 매력이 다른 무엇보다 엄청 세게 와닿는 것 같아요. 모든 예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다 똑같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저도 그렇게 살고, 추려고 하고 있고.
융 : 수업을 하실 때도 다 물이지만 각자 다른 형태와 흐름을 띤 것처럼 움직이는 걸 추구하시겠네요.

리 : 맞아요. 그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근데 가끔 학생들이 답답해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하게 ‘이거야.‘라고 정답을 주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그 창의적인 부분을 제가 막을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서. 어느 정도 힌트는 줄 수 있지만 자유롭게 풀어놓고, 그들이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 하죠.
융 : 그럼, 움직임에서의 큰 영향이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 편이신가요?
리 : 옛날에는 좋아하는 댄서들 영상을 진짜 많이 찾아봤어요. 제가 아프로풍 음악도 되게 좋아해서, 그런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그리고 가수들의 표정이나 손짓을 많이 따라 해요. 뮤직비디오도 보면서. 또, 한때는 동물 보는 거 좋아해서, 시기별로 한 번씩 동물원을 꼭 갔어요(웃음). 동물들이 움직이는 걸 보면 되게 신기한 거예요. 코끼리도 막 엄청 그 묵직한 몸에서 발을 (손동작을 하며) 이렇게 딛는 게 너무 신기해서.
융 : 오, 새로운 시각이네요. 본능적인 움직임이기도 하고.
리 : 좀 특이하죠(웃음)?
융 : 좋은데요? 캐릭터를 입혀서 움직여볼 수도 있으니까요(미소). 그럼, 다음 질문으로 춤의 어떤 면이 본인을 계속 댄서로 살게 하는 것 같으신가요?
리 : 춤을 계속 춰오면서 사람을 대하는 법도 배우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도 배웠고.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이런 거에서 오는 동기부여가 큰 것 같아요. 오래 추고 싶은 마음도 있고. 여전히 잘하고 싶은 마음도 너무 크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오는 것들이 저를 엄청 성장시켜서 계속 추게 되는 것 같아요.
융 : 결과보다는 그런 과정이 더.
리 : 네, 결과도 물론 중요하기는 한데. 어떤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장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내면적으로도 그렇고.
융 :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하고. ‘나의 이런 면이 있었나.‘하기도 하고.
리 : 맞아요. 진짜.
융 :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게 하고, 또 성장하게 한다는 점에서 계속 움직이고 계시군요. 좋네요(미소).
인터뷰 下
GOOD VIBES ONLY
융 : 그럼, 팀이나 활동명으로 정의되지 않는 ‘이성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리 : 은근 생각보다 외향적이고.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주변에서는 ‘솔직하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고. 호불호가 확실해요. 또, 용기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큰 장점인.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저지르고, 일단 가고, 일단 해보는 것 같아요.
융 : 고민보다 GO의 삶(미소). 좋네요. 이런 성이님만의 장점이자 강점 덕분에 ‘바이브 트라이브(Vibe Tribe)’라는 행사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이 배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리 : 이건 코로나 때부터 생각해 온건데. 제가 너무 좋아하고, 소개하고 싶은 댄서분들을 한국에 모셔서 모두가 영감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1:1 토너먼트는 너무 많으니까 좀 더 재밌는 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2on2 남여 배틀을 준비하게 됐어요.
남자 댄서와 여자 댄서의 예선을 따로 진행한 후에 각 사이드 진출자끼리 랜덤으로 팀을 짜는 방식이죠. 이런 형식을 생각하게 된 게 아무래도 저는 여자 댄서이다 보니까 배틀에서 피지컬적인 차이를 크게 느꼈거든요. 저지를 보든 참여를 하든 항상 남자 댄서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느낌? 지금은 충분히 많이 올라가지만. 그래서 뭔가 여자 댄서들도 더 성장할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마음과 또 새로운 댄서와 팀을 해보면서 또 다른 교류도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만들었죠.
올해는 스케줄로 인해서 내년 초로 미뤄지게 되었는데, 사실 올해 행사가 너무 많아서 안 연 것도 있거든요. 뭔가 지금 너무 과열된 느낌? 근데 저는 매년 열어야 해서 여는 게 싫거든요. 그것보다는 저희가 하고 싶은 메시지가 생길 때 여는 게 준비하는 과정도 더 의미가 있고, 했을 때도 더 기분이 좋으니까. 전달하고 싶은 게 없는데 의무감으로만 시작하면 더 일처럼 하게 되더라고요.
융 : 그렇군요. 아쉽지만, 내년 초에 돌아올 바이브 트라이브를 기대하겠습니다(미소). 앞서 근황에서 얘기해주셨던 파티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리 : 파티는 소울 딜리버리(Soul delivery)라는 밴드의 신드럼님이랑 하은님이 여시는 행사거든요. 우연한 기회로 그분들이랑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었는데, 대화를 하다보니까 너무 잘 맞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뭉쳐야 된다. 우리가.” 이런 얘기가 나와서 그분들이 하는 파티에 ‘댄스’라는 카테고리를 추가했죠. 9월부터 시작해서 매월 진행될 예정이에요. 그분들이 라이브 연주를 하시면 댄서분들도 자유롭게 춤출 수 있고, 쇼케이스도 한 팀 정도 준비되어 있어요.
융 : 와, 너무 좋네요.

리 : 소울 딜리버리분들이 댄서를 너무 좋아해 주시고, 같이 하자고 해 주셔서 감사하죠. 저는 뭉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춤만 있는 게 아니라 음악하시는 분들, 옷 만드시는 분들, 그림 그리시는 분들이 각자의 에너지를 다양하게 주고받아야지 문화가 오래 남을 수 있는데. 춤만 추면 이 씬 안에서만 계속 서로 경쟁하잖아요. 그러면 너무 지치거든요. 피로감도 빨리 오고? 그래서 계속 이 문화 안에 있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으면서 춰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융 : 그럼, 이렇게 다양한 형식과 형태로 움직임을 이어오시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을까요?
리 : 행복했던 순간은 진짜 많은데요. 요즘에는 해외에 계속 다니면서 다양한 댄서들 만나는 것도 행복하고. 매년 나가다 보면 매년 만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신기해요. 그 안에서 되게 댄서의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고.
그리고 저는 월요일에 하고 있는 수업이 있거든요. 그 수업에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들이 되게 많아요. 운이 좋게도.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해요. 한 명 한 명 성장한 친구들을 보면 너무 대견하고, 고맙기도 하고. 오래 보다 보니까 약간 이 티키타카에서 나오는 그 시너지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그 시간이 엄청 소중한 것 같아요.
옛날에는 되게 거창한 걸 생각했거든요. ‘행복한 순간?’하면 뭔가 ‘우승.’ (웃음) 근데 그건 어떻게 보면 뭔가 말을 해야 하니까 정리하는 비장한 느낌이 드는 것 같은데.
사실, 그럴 때도 행복하긴 한데, 일상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계속 이렇게 출 수 있는 게 가장 큰 행복이죠. 그리고 이렇게 많이 불러주는 것도 너무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많은 댄서들이 있는데 저를 찾아주신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거니까. 엄청 복인 것 같아요(미소).
융 : 그럼, 리세님에게도 따로 슬럼프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리 : 있긴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잘 몰랐는데. 그냥 하기 싫고, 연습실 가기 싫고. 그런 건 사실 지금도 있거든요. 날씨 좋으면 놀고 싶고. 그럴 때도 많았는데. 그래도 계속 해왔던 것 같긴 해요. 그러다 보니까 지나간 것 같아요. 그냥 (슬럼프가) 지나갔어요.
융 : ‘힘들어했더니 그냥 지나갔어요.’ 이런 밈(meme)같은 말이 있는데. 정말 딱 리세님의 경우에 해당되네요.
리 : (웃음) 맞아요. 괴로워하면서 (연습하러) 가고. 멈춘 적은 없었어요. 무릎을 다쳤을 때도 어찌저찌 갔던 것 같아요. ‘가서 음악이라도 듣고 오자.’이런 마음으로. 연습실을 안 가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강박이 좀 있었어요. 지금도 있어요.
융 : ‘불안함’이라는 감정 때문일까요?
리 : 네, 불안한 것 같아요. 잘하고 싶은 마음도 너무 크니까. 근데 지금은 좀 더 그 마음이 라이트해지긴 했어요. 이전보다는. 옛날에는 ‘뭐라도 해야 해. 그 시간을 채워 넣어야 해.’이런 느낌인데 지금은 그냥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되는대로.’그러다 보면 또 잘 되는 날도 있고.
융 : 피하고, 거리를 두기 보다는 오히려 더 직면하셨네요.
리 : 오늘도... 연습하고 왔어요(미소).
융 : (놀라며)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었던 리세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리 : 옛날에는 엄마였어요. 어릴 때 집이 막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보니까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어서. 그런데도 제가 좋아하는 걸 믿고, 충분히 서포트해주고, 응원해 주신 거니까. 그 당시에는 더 춤이 대중적이지 않았는데. 그래서 ‘이렇게 지원을 해 주시는데, 이 시간을 더 잘 사용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돼야겠다.‘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엄청 열심히 했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저‘로 바뀐 것 같아요. 지금은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나 좋아하는 것을 계속 찾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융 : 그럼, ‘Leese‘라는 댄서 혹은 ‘이성이‘이라는 한 사람으로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리 : 그냥 건강하게 오래 추고 싶어요. 이것도 어릴 때는 거창했어요. 비장하게 뭔가 ‘우승해 보고 싶어.’ 이런 거 막 얘기했는데. 저한테는 그게 최종 목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냥 하나의 과정인 거지. 그것보다는 오래 추는 게 훨씬 중요해서(미소).
융 : 좋네요(미소). 이어서 올해가 꼭 아니더라고 해보고 싶은 도전이 있으신지.
리 : 배틀이나 쇼케이스, 수업처럼 댄서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해오고 있던 거니까. 진짜 좀 더 춤으로 다양한 걸 해보고 싶어요. 다른 아티스트들과 협업한다든지, 저는 옷에도 관심이 많아서 의류 브랜드와도 뭔가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예술을 하는 사람들과 계속 교집합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최대한 수업은 안 하고 싶어요(웃음). 의지하고 싶지 않아요. 수업을 너무 좋아하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지는 않거든요. 수업으로 제 모든 예술을 소모하고 싶지는 않은. 지금은 당연히 수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것들을 계속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융 : 그렇군요. 리세님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리세님의 의류브랜드를 만드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리 :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데. 저도 이 춤 하나에 너무 진심이다 보니까 디자이너분들도 다 얼마나 옷에 진심이실지 알잖아요. 옛날에는 ‘좋아하니까 해보자!‘이런 마음도 있었는데. 이건 옷을 제대로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제가 진짜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춤을 대하는 것만큼 제대로 공부하고, 도전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미소).

융 : 좋네요(미소). 이제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네요. 춤추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릴게요.
리 : 솔직하게 추셨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뭔가 더 눈치를 보는 사회고, 나이대별로 해야 하는.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 사이에서 좀 더 용기 있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밀고 나갔으면 해요. 사실, 춤은 각자의 방식대로 알아서 잘할 건데. 중요한 건 그걸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의 문제니까. 본인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고,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춤을 열심히 추는 건 좋지만, 다른 문화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는 댄서를 딱 보면 그 사람한테 컬처가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람이 뭘 좋아하고,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러려면 음악이나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진짜 많이 알아야 하고, 자기가 어떤 걸 입고 있는지도 알아야 하고. 제가 느꼈을 때는 다들 춤은 너무 잘 추는데 아직 문화적으로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요즘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너무 좋잖아요. 유튜브도 있고, Chat GTP도 있고, 인스타도 있고. 정보는 넘쳐나는 시대니까. 얼마나 이 문화 안에 속해있고 싶은지에 대한 관심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거에 관심을 두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 걸음, 한 호흡마다 그 순간의 자신을 담아 춤추는 리세. 자유와 사랑을 무기로 무대와 삶을 넘나드는 그녀만의 행보는 하나의 문화와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 여정이 더욱 깊고, 넓게 퍼져 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기획 및 편집ㅣ유영매거진
인터뷰이ㅣ리세
물처럼 흐르며, 순간의 솔직함을 춤으로 담아내는 힙합 댄서 리세. 그녀의 다채로운 움직임 뒤에는 ‘자유로움’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도전이 자리하고 있다.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만의 흐름을 지켜내며, 진실한 순간을 전하는 그녀의 여정을 지금 함께 만나보자.
인터뷰 上
나를 담아내는 춤
융 :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리 : 안녕하세요, 네오타입(Neo.type)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세입니다.
융 : 반갑습니다(미소). 요즘 근황은 어떻게 되시나요?
리 : 일단, 해외 스케줄을 계속 다니고 있고, 수업도 하고, 연습도 하고. 배틀도 나가고. 그리고 최근에 파티도 기획하고 있고. 이렇게 여러 가지 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융 : 춤으로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계시군요(미소). 그럼, 이 춤 여정의 시작이죠. 처음 춤을 추게 된 계기부터 여쭤보고 싶은데요. 제가 알기로는 17살 때 영화 <스텝업_Step Up>을 보고 춤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
리 : 맞아요. 학교 야자시간에 우연히 그 영화를 몰래 보다가 빠진 거죠. ‘어, 이거 뭐지?, 이런 춤은 뭐지?‘하면서 보다가 (학원에) 배우러 갔던 것 같아요.
융 : 그럼, 그때부터 학업과 같이 이어가신 건가요?
리 : 그렇죠. 처음에는 취미로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갔던 거라. 가서 락킹이랑 힙합을 처음 배우면서 시작했죠.
융 : 추면서 영화를 봤을 때의 전율이 느껴지셨나요?
리 : 네, 너무 재밌었어요(웃음).
융 : 그중에서도 ‘힙합’이라는 장르를 선택하신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리 : 처음에는 각 장르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냥 동네 학원에서 K-POP도 배우고, 걸스힙합도 배우고. 이것저것 추면서 힙합이 뭔지, 락킹이 뭔지 알게 됐죠. 사실, 락킹이라는 춤도 너무 좋아했는데 힙합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이라는 매력이 좀 더 크게 느껴져서 힙합을 선택한 것 같아요.
융 : 그렇다면 언제부터 취미가 아닌 업으로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리 : 그냥 진짜 좋아하는 마음으로 계속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융 : 그럼, 입시도...
리 : 입시도 제가 서예종을 나왔는데. 막 작품을 받고 준비한 게 아니라, 그냥 배웠던 걸로 시험을 보고 그랬어서. 뭔가 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흘러간 것 같네요(웃음).
융 : 그렇군요(미소). 리세님이 생각하시는 ‘힙합‘이라는 장르의 매력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리 : ’자유로움’도 있고, 힙합 음악 안에서도 여러 가지 스타일의 음악들이 많잖아요. 그게 본인을 표현하기에 엄청 좋은 수단인 것 같아요. ’나’를 담을 수 있는 장르인 느낌.
융 : 그럼, 힙합 안에서도 따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가 있을까요?
리 : 모든 춤이 다 비슷하겠지만, 자기표현. 좀 더 솔직하게 그 순간순간을 표현하는 것?
융 : 그렇다면 춤을 출 때는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리 : 자유로움이 큰 무기이자 매력이지만 ‘자유롭다‘라는 이유로 아무거나 다 허용되면 안 되니까. 힙합에서 정의하는 중요한 것들을 잘 가져가면서 본인만의 색깔로 자유로움을 잘 담아내는 것.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융 : 좋네요. 그럼, 리세님이 보는 본인의 춤을 정의해본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리 : ‘물’인 것 같아요. 제가 되게 그루비하고, 곡선적인 움직임을 좋아해서 딱 생각났어요(미소).
융 : 맞아요. 정말 음악 속에서 유영하는 듯한 무브가 인상적이신데요. 이런 리세님만의 움직임을 찾게 된 과정이나 본인의 색을 진하게 만들 수 있는 팁도 들려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리 : 저는 근데 막 ‘찾아야지!‘하고 했던 건 아니었고요. 그냥 그 순간순간에 하고 싶은 걸 계속했던 것 같아요. 춤출 때도 배틀에서 나오는 음악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먼저 반응하고. 그리고 옷이든 배틀이든 음악이든 무언가를 선택할 때 항상 본인이 하고 싶은 거를 제일 먼저 따라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자기 스타일이 되고, 취향이 되니까.
좋아하는 게 각자 다들 있을 거예요. 있는데 항상 필터링을 거치다 보니까, 본인보다는 그냥 상황을 먼저 선택하는 것 같은 느낌? 사실 다들 알고 있거든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지금 당장 하고 싶은지 다 알고 있는데 미루는 거죠.
융 : 직면하라.
리 : 직면하세요(웃음).
융 : 좋네요(미소). 그럼, 본인만의 취향과 색이 담긴 춤을 통해 따로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리 : 전달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제 순간순간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게 좋아요. 시기마다 춤이 다 다르잖아요.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느껴지는 것도 다르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융 : “이게 지금의 나야.“ 이런 느낌을 전달하는.
리 : 그렇죠. 포장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성향적으로도 즉흥적인 게 되게 잘 맞고. 그래서 저는 저지쇼 할 때도 (음악을) 준비해 가는 것보다 가끔 그냥 DJ분께 요청하거든요. 뭐가 나올지 모르는 그런 상황. 그게 되게 좋거든요. 그게 스트릿을 한 이유이기도 하고.
융 : 또, 앞서 근황에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정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수업과 심사를 많이 다니고 계신데요. 티칭을 하실 때나 저지를 보실 때는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리 : 저는 사실 어떤 사람의 춤을 봤을 때 조금 부족하고, 어색하더라도 그 사람인 게 좋거든요. 그 자체인 게 좋고. 그 매력이 다른 무엇보다 엄청 세게 와닿는 것 같아요. 모든 예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다 똑같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저도 그렇게 살고, 추려고 하고 있고.
융 : 수업을 하실 때도 다 물이지만 각자 다른 형태와 흐름을 띤 것처럼 움직이는 걸 추구하시겠네요.
리 : 맞아요. 그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근데 가끔 학생들이 답답해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하게 ‘이거야.‘라고 정답을 주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그 창의적인 부분을 제가 막을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서. 어느 정도 힌트는 줄 수 있지만 자유롭게 풀어놓고, 그들이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 하죠.
융 : 그럼, 움직임에서의 큰 영향이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 편이신가요?
리 : 옛날에는 좋아하는 댄서들 영상을 진짜 많이 찾아봤어요. 제가 아프로풍 음악도 되게 좋아해서, 그런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그리고 가수들의 표정이나 손짓을 많이 따라 해요. 뮤직비디오도 보면서. 또, 한때는 동물 보는 거 좋아해서, 시기별로 한 번씩 동물원을 꼭 갔어요(웃음). 동물들이 움직이는 걸 보면 되게 신기한 거예요. 코끼리도 막 엄청 그 묵직한 몸에서 발을 (손동작을 하며) 이렇게 딛는 게 너무 신기해서.
융 : 오, 새로운 시각이네요. 본능적인 움직임이기도 하고.
리 : 좀 특이하죠(웃음)?
융 : 좋은데요? 캐릭터를 입혀서 움직여볼 수도 있으니까요(미소). 그럼, 다음 질문으로 춤의 어떤 면이 본인을 계속 댄서로 살게 하는 것 같으신가요?
리 : 춤을 계속 춰오면서 사람을 대하는 법도 배우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도 배웠고.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이런 거에서 오는 동기부여가 큰 것 같아요. 오래 추고 싶은 마음도 있고. 여전히 잘하고 싶은 마음도 너무 크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오는 것들이 저를 엄청 성장시켜서 계속 추게 되는 것 같아요.
융 : 결과보다는 그런 과정이 더.
리 : 네, 결과도 물론 중요하기는 한데. 어떤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오는 ‘성장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내면적으로도 그렇고.
융 :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하고. ‘나의 이런 면이 있었나.‘하기도 하고.
리 : 맞아요. 진짜.
융 :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게 하고, 또 성장하게 한다는 점에서 계속 움직이고 계시군요. 좋네요(미소).
인터뷰 下
GOOD VIBES ONLY
융 : 그럼, 팀이나 활동명으로 정의되지 않는 ‘이성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리 : 은근 생각보다 외향적이고.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주변에서는 ‘솔직하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고. 호불호가 확실해요. 또, 용기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큰 장점인.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저지르고, 일단 가고, 일단 해보는 것 같아요.
융 : 고민보다 GO의 삶(미소). 좋네요. 이런 성이님만의 장점이자 강점 덕분에 ‘바이브 트라이브(Vibe Tribe)’라는 행사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이 배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남자 댄서와 여자 댄서의 예선을 따로 진행한 후에 각 사이드 진출자끼리 랜덤으로 팀을 짜는 방식이죠. 이런 형식을 생각하게 된 게 아무래도 저는 여자 댄서이다 보니까 배틀에서 피지컬적인 차이를 크게 느꼈거든요. 저지를 보든 참여를 하든 항상 남자 댄서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느낌? 지금은 충분히 많이 올라가지만. 그래서 뭔가 여자 댄서들도 더 성장할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마음과 또 새로운 댄서와 팀을 해보면서 또 다른 교류도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만들었죠.
올해는 스케줄로 인해서 내년 초로 미뤄지게 되었는데, 사실 올해 행사가 너무 많아서 안 연 것도 있거든요. 뭔가 지금 너무 과열된 느낌? 근데 저는 매년 열어야 해서 여는 게 싫거든요. 그것보다는 저희가 하고 싶은 메시지가 생길 때 여는 게 준비하는 과정도 더 의미가 있고, 했을 때도 더 기분이 좋으니까. 전달하고 싶은 게 없는데 의무감으로만 시작하면 더 일처럼 하게 되더라고요.
융 : 그렇군요. 아쉽지만, 내년 초에 돌아올 바이브 트라이브를 기대하겠습니다(미소). 앞서 근황에서 얘기해주셨던 파티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리 : 파티는 소울 딜리버리(Soul delivery)라는 밴드의 신드럼님이랑 하은님이 여시는 행사거든요. 우연한 기회로 그분들이랑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었는데, 대화를 하다보니까 너무 잘 맞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뭉쳐야 된다. 우리가.” 이런 얘기가 나와서 그분들이 하는 파티에 ‘댄스’라는 카테고리를 추가했죠. 9월부터 시작해서 매월 진행될 예정이에요. 그분들이 라이브 연주를 하시면 댄서분들도 자유롭게 춤출 수 있고, 쇼케이스도 한 팀 정도 준비되어 있어요.
융 : 와, 너무 좋네요.
리 : 소울 딜리버리분들이 댄서를 너무 좋아해 주시고, 같이 하자고 해 주셔서 감사하죠. 저는 뭉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춤만 있는 게 아니라 음악하시는 분들, 옷 만드시는 분들, 그림 그리시는 분들이 각자의 에너지를 다양하게 주고받아야지 문화가 오래 남을 수 있는데. 춤만 추면 이 씬 안에서만 계속 서로 경쟁하잖아요. 그러면 너무 지치거든요. 피로감도 빨리 오고? 그래서 계속 이 문화 안에 있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으면서 춰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융 : 그럼, 이렇게 다양한 형식과 형태로 움직임을 이어오시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을까요?
리 : 행복했던 순간은 진짜 많은데요. 요즘에는 해외에 계속 다니면서 다양한 댄서들 만나는 것도 행복하고. 매년 나가다 보면 매년 만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신기해요. 그 안에서 되게 댄서의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고.
그리고 저는 월요일에 하고 있는 수업이 있거든요. 그 수업에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들이 되게 많아요. 운이 좋게도.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해요. 한 명 한 명 성장한 친구들을 보면 너무 대견하고, 고맙기도 하고. 오래 보다 보니까 약간 이 티키타카에서 나오는 그 시너지라고 해야 할까요(웃음)? 그 시간이 엄청 소중한 것 같아요.
옛날에는 되게 거창한 걸 생각했거든요. ‘행복한 순간?’하면 뭔가 ‘우승.’ (웃음) 근데 그건 어떻게 보면 뭔가 말을 해야 하니까 정리하는 비장한 느낌이 드는 것 같은데.
사실, 그럴 때도 행복하긴 한데, 일상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계속 이렇게 출 수 있는 게 가장 큰 행복이죠. 그리고 이렇게 많이 불러주는 것도 너무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많은 댄서들이 있는데 저를 찾아주신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거니까. 엄청 복인 것 같아요(미소).
융 : 그럼, 리세님에게도 따로 슬럼프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리 : 있긴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잘 몰랐는데. 그냥 하기 싫고, 연습실 가기 싫고. 그런 건 사실 지금도 있거든요. 날씨 좋으면 놀고 싶고. 그럴 때도 많았는데. 그래도 계속 해왔던 것 같긴 해요. 그러다 보니까 지나간 것 같아요. 그냥 (슬럼프가) 지나갔어요.
융 : ‘힘들어했더니 그냥 지나갔어요.’ 이런 밈(meme)같은 말이 있는데. 정말 딱 리세님의 경우에 해당되네요.
리 : (웃음) 맞아요. 괴로워하면서 (연습하러) 가고. 멈춘 적은 없었어요. 무릎을 다쳤을 때도 어찌저찌 갔던 것 같아요. ‘가서 음악이라도 듣고 오자.’이런 마음으로. 연습실을 안 가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강박이 좀 있었어요. 지금도 있어요.
융 : ‘불안함’이라는 감정 때문일까요?
리 : 네, 불안한 것 같아요. 잘하고 싶은 마음도 너무 크니까. 근데 지금은 좀 더 그 마음이 라이트해지긴 했어요. 이전보다는. 옛날에는 ‘뭐라도 해야 해. 그 시간을 채워 넣어야 해.’이런 느낌인데 지금은 그냥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되는대로.’그러다 보면 또 잘 되는 날도 있고.
융 : 피하고, 거리를 두기 보다는 오히려 더 직면하셨네요.
리 : 오늘도... 연습하고 왔어요(미소).
융 : (놀라며)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었던 리세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리 : 옛날에는 엄마였어요. 어릴 때 집이 막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보니까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어서. 그런데도 제가 좋아하는 걸 믿고, 충분히 서포트해주고, 응원해 주신 거니까. 그 당시에는 더 춤이 대중적이지 않았는데. 그래서 ‘이렇게 지원을 해 주시는데, 이 시간을 더 잘 사용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돼야겠다.‘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엄청 열심히 했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저‘로 바뀐 것 같아요. 지금은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나 좋아하는 것을 계속 찾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융 : 그럼, ‘Leese‘라는 댄서 혹은 ‘이성이‘이라는 한 사람으로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리 : 그냥 건강하게 오래 추고 싶어요. 이것도 어릴 때는 거창했어요. 비장하게 뭔가 ‘우승해 보고 싶어.’ 이런 거 막 얘기했는데. 저한테는 그게 최종 목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냥 하나의 과정인 거지. 그것보다는 오래 추는 게 훨씬 중요해서(미소).
융 : 좋네요(미소). 이어서 올해가 꼭 아니더라고 해보고 싶은 도전이 있으신지.
리 : 배틀이나 쇼케이스, 수업처럼 댄서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해오고 있던 거니까. 진짜 좀 더 춤으로 다양한 걸 해보고 싶어요. 다른 아티스트들과 협업한다든지, 저는 옷에도 관심이 많아서 의류 브랜드와도 뭔가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예술을 하는 사람들과 계속 교집합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최대한 수업은 안 하고 싶어요(웃음). 의지하고 싶지 않아요. 수업을 너무 좋아하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지는 않거든요. 수업으로 제 모든 예술을 소모하고 싶지는 않은. 지금은 당연히 수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것들을 계속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융 : 그렇군요. 리세님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리세님의 의류브랜드를 만드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리 :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데. 저도 이 춤 하나에 너무 진심이다 보니까 디자이너분들도 다 얼마나 옷에 진심이실지 알잖아요. 옛날에는 ‘좋아하니까 해보자!‘이런 마음도 있었는데. 이건 옷을 제대로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제가 진짜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춤을 대하는 것만큼 제대로 공부하고, 도전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미소).
융 : 좋네요(미소). 이제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네요. 춤추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릴게요.
리 : 솔직하게 추셨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뭔가 더 눈치를 보는 사회고, 나이대별로 해야 하는.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 사이에서 좀 더 용기 있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밀고 나갔으면 해요. 사실, 춤은 각자의 방식대로 알아서 잘할 건데. 중요한 건 그걸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의 문제니까. 본인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고,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춤을 열심히 추는 건 좋지만, 다른 문화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는 댄서를 딱 보면 그 사람한테 컬처가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람이 뭘 좋아하고,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러려면 음악이나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진짜 많이 알아야 하고, 자기가 어떤 걸 입고 있는지도 알아야 하고. 제가 느꼈을 때는 다들 춤은 너무 잘 추는데 아직 문화적으로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요즘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너무 좋잖아요. 유튜브도 있고, Chat GTP도 있고, 인스타도 있고. 정보는 넘쳐나는 시대니까. 얼마나 이 문화 안에 속해있고 싶은지에 대한 관심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거에 관심을 두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 걸음, 한 호흡마다 그 순간의 자신을 담아 춤추는 리세. 자유와 사랑을 무기로 무대와 삶을 넘나드는 그녀만의 행보는 하나의 문화와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 여정이 더욱 깊고, 넓게 퍼져 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기획 및 편집ㅣ유영매거진
인터뷰이ㅣ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