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면서도 새로운 움직임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전달하는 힙합 댄서 재호. 정답이 없는 춤 안에서 익숙함을 벗어나려는 마음과 탐구 끝에 완성된 움직임. 그가 음악에 새겨온 시간과 흔적들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을지 함께 따라가보자.
인터뷰 上
JAEHO
융 :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재 : 저는 어바웃 크루(About Crew)라는 힙합 댄스 팀과 식구(SiKGU)라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는 팀에서 활동하는 프리스타일 힙합 댄서, 재호라고 합니다.

융 : 반갑습니다(미소). 재호님은 춤을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재 : 어렸을 때도 학예회 같은 데서 춤추곤 했는데. 그때는 그냥 관심받고, 칭찬받는 게 좋아서 췄던 것 같아요. 근데 그 이후에 방탄소년단을 보고 아이돌을 꿈꾸게 됐고, 그러면 춤을 잘 춰야 하니까 학원에 가서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스트릿 댄스랑 프리스타일 힙합의 매력을 깊게 느끼게 돼서. ‘진지하게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추다 보니까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융 : 그렇군요. 그럼, 힙합 외에 다른 장르도 배우셨나요?
재 : 사실, 학원에서 힙합을 배웠다기 보다는 그 외 다양한 댄스 스타일을 배웠던 것 같아요. 왁킹도 되게 오래 했고, 팝핑이나 파티 그루브, 락킹, 하우스 다 경험했었거든요. 근데 딱 유튜브에서 드랍(Drop)이라는 댄서의 2018년 WITB 대회 영상을 보고, ‘와, 저거 내가 진짜 너무 하고 싶었던 움직임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 이걸 계기로 제 방향을 정했던 것 같고.
마침, 그때 드랍 쌤께서 클래스를 딱 오픈하셔서 파주에서 구의까지 오가면서 배웠었고. 그 후에도 ‘이 댄서에게 배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직접 가서 배우고. 학원에서는 저 말고는 힙합하는 친구가 없었어서 팝핑이나 왁킹, 보깅하는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연습했던 것 같아요. 또, 그 이후에 다양한 변곡점들을 지나오면서 지금의 스타일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융 : 좋네요. 그럼, 재호님이 선택한 힙합. 이 장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재 : 매력이 진짜 너무 많은데. 제 생각에는 개인성과 멋이 가장 큰 것 같고. 어떻게 보면 개인성은 각자마다 다른데 이걸 하나로 아울러 주는 ‘유니티(Unity)‘라는 힙합만의 통합적인 부분이 또 있어서, 이 문화를 더 크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융 : 이 문화 자체를 사랑하시군요.
재 : 맞아요(미소).
융 : 좋습니다. 그렇다면 춤을 출 때는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재 : 저는 항상 생각하는 게 ‘음악과 나‘인데. 최근에는 ‘나‘에 더 포커스를 맞춰서 ‘이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면서 나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나‘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음악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큰 비중을 쏟았던 것 같은데. 결국 춤을 추는 건 나니까.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점점 생기는 것 같아서,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융 : 티칭을 할 때는 주로 어떤 점을 중시하시고, 또 전달하려 하시나요?
재 : 제가 되게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레슨을 해오면서 가르치는 대상의 눈높이에 맞춰서 전달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다 다른데. 일단, 춤을 진지하게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라면 동작적인 부분이나 역사적인 부분을 확실하게 알려주되? 본인의 취향을 좀 확실하게 찾아서 섞을 수 있게 지도하는 편이고요.
취미로써 즐기면서 추고 싶어 하는 분들께는 본인이 원하는 바운더리에서 더 재미있게 출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거나 ‘그냥 배워보고 싶어서 왔다.’ 이런 경우에는 좀 동작적인 부분을 더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근데 이게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춤이 정답이 없는 영역이다 보니까. ‘정답이 없는 걸 정답처럼 가르쳐준다.’라는 게. 그래서 그 부분을 항상 스스로 인지하려고 해요. ‘내가 너무 정답처럼 얘기하나?’라는 생각도 하고. 이 밸런스를 늘 생각하면서 티칭했던 것 같아요.
융 : 그렇군요. 그럼, 재호님은 본인만의 움직임을 어떻게 찾고, 갈고 닦아오셨는지 궁금하네요.
재 : 좋아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 그리고 잘하고 있다고 믿는 것들을 저의 음악 해석력과 섞었을 때 제 스타일이 나왔었던 것 같아요. 당연한 얘기긴 한데.
융 : 오, 그렇군요. 그렇지만 이렇게 세 가지 영역의 것들을 잘 파악하고 섞는 게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나만의 것을 찾고 싶지만, 또 기본적인 요소를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움직임만 계속 나올 때도 있고. 그런 본인만의 연구 과정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스타일을 찾아가신 것 같네요.

재 : 말씀하신 거랑 똑같이 어제도 ‘아, 바운스 타는 거 여태까지 너무 해왔던 거, 약간 내가 하는 거 너무 진부한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바운스를 좀 안 타고 싶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이걸 꼭 허벅지로만 하는 게 싫어가지고. 어제는 상체 아이솔레이션으로만 바운스를 타기도 하고.
뭔가 그렇게 좀 남들과 다르고 싶은 욕망이랑 좀 더 실험적인 욕망이 섞여서 이런 스타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융 : 그럼, 본인의 스타일과 움직임을 언어로 담아본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재 : ‘샘플링(sampling)’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 기법인데 힙합 문화랑도 되게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단어고. 춤을 추면서 제가 이런 샘플링이라는 부분을 되게 좋아하게 되었더라고요.
옛날부터 파주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친구, 동생, 선배들과 추다 보니까. 힙합을 하지만 ‘보깅에 저런 무브먼트가 멋있네.’라고 느끼면 그 형한테 가서 물어보고, 춤에 적용해 보고. 팝핑에 ‘스케어 크로우(Scarecrow)라는 동작이 멋있네.’ 하면 또 물어보고, 적용하고.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보면 힙합에서 자주 보이진 않는 움직임들인데 계속 가져와 보려는 시도가 제 스타일을 만드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이 되게 매력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서 샘플링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융 : 그럼, 움직임에서의 큰 영향이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 편이신가요?
재 : 제가 너무 존경하는 멘토분이신 호진(Hozin) 선생님이랑 오천(5000) 선생님, 키린(Kirin) 선생님. 그리고 제 팀, 어바웃 크루. 파주에 있을 때 계속 같이 교류했던 ‘김승일’이라는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받았고.
또, 좋은 것들을 영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 실험적인 상태와 다르고 싶어하는 욕구. 이런 것들이 좋은 움직임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인터뷰 下
NEXT STEP
융 : 평소에는 주로 어떻게 연습하시는지, 루틴이 따로 있으신지도 궁금하네요.
재 : 연습하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일단, 그것만 집중해서 퀄리티를 올리려고 반복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것 같고. 그 이후에는 연습한 부분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스스로 실험해 보고, ‘이런 식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부분들을 계속 플레잉해보는 것 같아요.
그다음엔 최대한 무의식적으로 음악이랑 반응했을 때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약간 단계가 있는 것 같아요(미소).
융 : 그럼, 현재는 주로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계신가요?
재 : 최근에는 아이솔레이션에 집중해서 트레이닝하고 있는데. 춤에다가 좀 더 유니크하게 담는 것을 하고 있고. 또, 몸의 텐션을 올려서 적용하는 것까지 해보고 있어요. 에너지나 반응속도 면에서.

융 : 가장 기억에 남는 배틀이나 무대는 어떤 걸까요?
재 : 딱 떠오르기보다는 되게 머릿속에 많이 남고, 생각이 나는 건 대스미이그 배틀인 것 같아요. 16강에서 해외에서 제일 좋아하는 댄서 중 한 명인 파라독스(Paradox)와의 배틀이었는데. 그때 되게 기분이 묘했던 게 심사로는 부다 스트레치(Buddha Stretch)가 앉아 계시고, 관람으로는 장 미셸 크루엘(Jean Michel Cruel)과 스탈라무에르테(Stalamuerte)가 와 있고. 내 앞에는 파라독스가 있는 이 상황이 좀 비현실적이라고 해야 되나?
그때 제가 무브를 잘해서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그런 순간이 인생에 펼쳐졌다는 게 되게 값진 경험이었고. 그 상황에서 잘 못했었던 경험이 되게 원동력이 되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활동하니까 한국 씬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 마련인데. 멀게만 느껴졌었던 세상이 눈앞에 작게나마 펼쳐져 있으니까. 조금 더 제가 봐야 할 방향들이나 멀리 있는 순간들이 미리 보기로 보여지는 것 같았어요. “네가 앞으로 가야 될 길에 이 사람들이 있고, 네가 가야 할 길이니까 좀 더 정신 차리고, 그 방향에 집중해라.“ 말해주는 느낌.
융 : 너무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춤을 추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재 : 저희 어바웃 애들하고 연습실에서 약간 미친 사람처럼 춤추고, 배꼽 빠지게 웃을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융 : 팀원분들은 다 서울에서 만나신 건가요?
재 : 네, 대학교 정기 발표회 준비하면서 만들게 된 팀인데. 그 작품 제목이 ‘어바웃 ( )’이었거든요. 근데 저희가 처음으로 공연에 섭외됐을 때 팀명이 어바웃 크루로 등록이 돼 있어서. 그때부터 어바웃 크루가 됐습니다(웃음).
융 : 그렇군요(웃음). 그 작품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재 : 그때 작품 주제가 ‘댄서에 관한 이야기‘여서 이 괄호를 통해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라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 그렇게 정했던 것 같아요.
융 : 좋네요. 그럼, 지금까지 춰오며 슬럼프를 경험한 적 있으신가요?
재 : 지금까지는 찾아온 적이 없고, 약간 어렸을 때부터 슬럼프가 ‘자신이 만들어낸 합리화‘라고 생각했어서. 다행히 없고, 앞으로도 안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융 : 오, 너무 좋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이고, 나아갈 수 있었던 재호님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재 : 가장 큰 원동력은 춤을 좋아하는, 잘 추고 싶어 하는 마음인 것 같고. 그다음으로는 뭔가 조금씩 이루어나가고, 내 삶이 바뀌어 나가는 걸 보는 게 소소한 즐거움인 것 같아요(미소). 배틀 영상을 보고 힙합을 시작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배틀에 나가기 시작한 건 21살 때부터였는데. 어렸을 때는 멀게만 느껴졌던 모습들이 조금씩 조금씩 원하는 대로 바뀌어 가는 걸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융 : 그럼, ‘JAEHO‘라는 댄서 혹은 ‘안재호'라는 한 사람으로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재 : 댄서로서는 ‘춤을 잘 추는 사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고. 개인으로서는 온전한 저의 집을 갖고 싶어요.
융 : 오, 좋은데요? 위치는 어디쯤으로 생각하고 계신지.
재 : 위치는 수도권이었으면 좋겠고, 되도록 넓었으면 좋겠고, 제가 원하는 인테리어로 되어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수납이 굉장히 잘 돼 있었으면 좋겠어서. 그 부분을 조금씩 살면서 계속 공부하는 것 같고(웃음). 그리고 제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안락하게 있었으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융 : (미소). 연습실도 있으면 좋겠네요.
재 : 네, 연습실이나 댄스 스튜디오도 나중에 꼭 해보고 싶어요.
융 : 너무 기대되네요(미소). 이제 어느덧 마지막 질문인데요. 춤추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릴게요.
재 : 일단, 마지막까지 이 인터뷰를 봐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고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볼 정도로 저한테 관심이 있으시다면... 저랑 좀 소통을 했으면 좋겠어요. 제 삶을 바꿔놓은 이 춤을 똑같이 좋아하고 있다면, 그 생각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얘기를 하면서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손을 흔들며) “소통해요."

음악과의 균형을 고민하며, 익숙함을 버리고 가능성을 실험해온 재호. 춤을 통해 원하는 삶을 그려왔고, 이제는 그 춤을 통해 더 많은 이와 연결되길 바라는 그의 진심이 오래도록 빛나길 바란다.
기획 및 편집ㅣ유영매거진
인터뷰이ㅣ재호
과감하면서도 새로운 움직임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전달하는 힙합 댄서 재호. 정답이 없는 춤 안에서 익숙함을 벗어나려는 마음과 탐구 끝에 완성된 움직임. 그가 음악에 새겨온 시간과 흔적들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을지 함께 따라가보자.
인터뷰 上
JAEHO
융 :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재 : 저는 어바웃 크루(About Crew)라는 힙합 댄스 팀과 식구(SiKGU)라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는 팀에서 활동하는 프리스타일 힙합 댄서, 재호라고 합니다.
융 : 반갑습니다(미소). 재호님은 춤을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재 : 어렸을 때도 학예회 같은 데서 춤추곤 했는데. 그때는 그냥 관심받고, 칭찬받는 게 좋아서 췄던 것 같아요. 근데 그 이후에 방탄소년단을 보고 아이돌을 꿈꾸게 됐고, 그러면 춤을 잘 춰야 하니까 학원에 가서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스트릿 댄스랑 프리스타일 힙합의 매력을 깊게 느끼게 돼서. ‘진지하게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추다 보니까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융 : 그렇군요. 그럼, 힙합 외에 다른 장르도 배우셨나요?
재 : 사실, 학원에서 힙합을 배웠다기 보다는 그 외 다양한 댄스 스타일을 배웠던 것 같아요. 왁킹도 되게 오래 했고, 팝핑이나 파티 그루브, 락킹, 하우스 다 경험했었거든요. 근데 딱 유튜브에서 드랍(Drop)이라는 댄서의 2018년 WITB 대회 영상을 보고, ‘와, 저거 내가 진짜 너무 하고 싶었던 움직임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 이걸 계기로 제 방향을 정했던 것 같고.
마침, 그때 드랍 쌤께서 클래스를 딱 오픈하셔서 파주에서 구의까지 오가면서 배웠었고. 그 후에도 ‘이 댄서에게 배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직접 가서 배우고. 학원에서는 저 말고는 힙합하는 친구가 없었어서 팝핑이나 왁킹, 보깅하는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연습했던 것 같아요. 또, 그 이후에 다양한 변곡점들을 지나오면서 지금의 스타일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융 : 좋네요. 그럼, 재호님이 선택한 힙합. 이 장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재 : 매력이 진짜 너무 많은데. 제 생각에는 개인성과 멋이 가장 큰 것 같고. 어떻게 보면 개인성은 각자마다 다른데 이걸 하나로 아울러 주는 ‘유니티(Unity)‘라는 힙합만의 통합적인 부분이 또 있어서, 이 문화를 더 크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융 : 이 문화 자체를 사랑하시군요.
재 : 맞아요(미소).
융 : 좋습니다. 그렇다면 춤을 출 때는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재 : 저는 항상 생각하는 게 ‘음악과 나‘인데. 최근에는 ‘나‘에 더 포커스를 맞춰서 ‘이 음악과 함께 춤을 추면서 나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나‘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음악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큰 비중을 쏟았던 것 같은데. 결국 춤을 추는 건 나니까.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점점 생기는 것 같아서,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융 : 티칭을 할 때는 주로 어떤 점을 중시하시고, 또 전달하려 하시나요?
재 : 제가 되게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레슨을 해오면서 가르치는 대상의 눈높이에 맞춰서 전달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다 다른데. 일단, 춤을 진지하게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라면 동작적인 부분이나 역사적인 부분을 확실하게 알려주되? 본인의 취향을 좀 확실하게 찾아서 섞을 수 있게 지도하는 편이고요.
취미로써 즐기면서 추고 싶어 하는 분들께는 본인이 원하는 바운더리에서 더 재미있게 출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거나 ‘그냥 배워보고 싶어서 왔다.’ 이런 경우에는 좀 동작적인 부분을 더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근데 이게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춤이 정답이 없는 영역이다 보니까. ‘정답이 없는 걸 정답처럼 가르쳐준다.’라는 게. 그래서 그 부분을 항상 스스로 인지하려고 해요. ‘내가 너무 정답처럼 얘기하나?’라는 생각도 하고. 이 밸런스를 늘 생각하면서 티칭했던 것 같아요.
융 : 그렇군요. 그럼, 재호님은 본인만의 움직임을 어떻게 찾고, 갈고 닦아오셨는지 궁금하네요.
재 : 좋아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 그리고 잘하고 있다고 믿는 것들을 저의 음악 해석력과 섞었을 때 제 스타일이 나왔었던 것 같아요. 당연한 얘기긴 한데.
융 : 오, 그렇군요. 그렇지만 이렇게 세 가지 영역의 것들을 잘 파악하고 섞는 게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나만의 것을 찾고 싶지만, 또 기본적인 요소를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움직임만 계속 나올 때도 있고. 그런 본인만의 연구 과정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스타일을 찾아가신 것 같네요.
재 : 말씀하신 거랑 똑같이 어제도 ‘아, 바운스 타는 거 여태까지 너무 해왔던 거, 약간 내가 하는 거 너무 진부한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바운스를 좀 안 타고 싶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이걸 꼭 허벅지로만 하는 게 싫어가지고. 어제는 상체 아이솔레이션으로만 바운스를 타기도 하고.
뭔가 그렇게 좀 남들과 다르고 싶은 욕망이랑 좀 더 실험적인 욕망이 섞여서 이런 스타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융 : 그럼, 본인의 스타일과 움직임을 언어로 담아본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재 : ‘샘플링(sampling)’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 기법인데 힙합 문화랑도 되게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단어고. 춤을 추면서 제가 이런 샘플링이라는 부분을 되게 좋아하게 되었더라고요.
옛날부터 파주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친구, 동생, 선배들과 추다 보니까. 힙합을 하지만 ‘보깅에 저런 무브먼트가 멋있네.’라고 느끼면 그 형한테 가서 물어보고, 춤에 적용해 보고. 팝핑에 ‘스케어 크로우(Scarecrow)라는 동작이 멋있네.’ 하면 또 물어보고, 적용하고.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보면 힙합에서 자주 보이진 않는 움직임들인데 계속 가져와 보려는 시도가 제 스타일을 만드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이 되게 매력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서 샘플링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융 : 그럼, 움직임에서의 큰 영향이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 편이신가요?
재 : 제가 너무 존경하는 멘토분이신 호진(Hozin) 선생님이랑 오천(5000) 선생님, 키린(Kirin) 선생님. 그리고 제 팀, 어바웃 크루. 파주에 있을 때 계속 같이 교류했던 ‘김승일’이라는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받았고.
또, 좋은 것들을 영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 실험적인 상태와 다르고 싶어하는 욕구. 이런 것들이 좋은 움직임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인터뷰 下
NEXT STEP
융 : 평소에는 주로 어떻게 연습하시는지, 루틴이 따로 있으신지도 궁금하네요.
재 : 연습하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일단, 그것만 집중해서 퀄리티를 올리려고 반복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것 같고. 그 이후에는 연습한 부분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스스로 실험해 보고, ‘이런 식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부분들을 계속 플레잉해보는 것 같아요.
그다음엔 최대한 무의식적으로 음악이랑 반응했을 때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약간 단계가 있는 것 같아요(미소).
융 : 그럼, 현재는 주로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계신가요?
재 : 최근에는 아이솔레이션에 집중해서 트레이닝하고 있는데. 춤에다가 좀 더 유니크하게 담는 것을 하고 있고. 또, 몸의 텐션을 올려서 적용하는 것까지 해보고 있어요. 에너지나 반응속도 면에서.
융 : 가장 기억에 남는 배틀이나 무대는 어떤 걸까요?
재 : 딱 떠오르기보다는 되게 머릿속에 많이 남고, 생각이 나는 건 대스미이그 배틀인 것 같아요. 16강에서 해외에서 제일 좋아하는 댄서 중 한 명인 파라독스(Paradox)와의 배틀이었는데. 그때 되게 기분이 묘했던 게 심사로는 부다 스트레치(Buddha Stretch)가 앉아 계시고, 관람으로는 장 미셸 크루엘(Jean Michel Cruel)과 스탈라무에르테(Stalamuerte)가 와 있고. 내 앞에는 파라독스가 있는 이 상황이 좀 비현실적이라고 해야 되나?
그때 제가 무브를 잘해서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그런 순간이 인생에 펼쳐졌다는 게 되게 값진 경험이었고. 그 상황에서 잘 못했었던 경험이 되게 원동력이 되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활동하니까 한국 씬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 마련인데. 멀게만 느껴졌었던 세상이 눈앞에 작게나마 펼쳐져 있으니까. 조금 더 제가 봐야 할 방향들이나 멀리 있는 순간들이 미리 보기로 보여지는 것 같았어요. “네가 앞으로 가야 될 길에 이 사람들이 있고, 네가 가야 할 길이니까 좀 더 정신 차리고, 그 방향에 집중해라.“ 말해주는 느낌.
융 : 너무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춤을 추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재 : 저희 어바웃 애들하고 연습실에서 약간 미친 사람처럼 춤추고, 배꼽 빠지게 웃을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융 : 팀원분들은 다 서울에서 만나신 건가요?
재 : 네, 대학교 정기 발표회 준비하면서 만들게 된 팀인데. 그 작품 제목이 ‘어바웃 ( )’이었거든요. 근데 저희가 처음으로 공연에 섭외됐을 때 팀명이 어바웃 크루로 등록이 돼 있어서. 그때부터 어바웃 크루가 됐습니다(웃음).
융 : 그렇군요(웃음). 그 작품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재 : 그때 작품 주제가 ‘댄서에 관한 이야기‘여서 이 괄호를 통해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라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 그렇게 정했던 것 같아요.
융 : 좋네요. 그럼, 지금까지 춰오며 슬럼프를 경험한 적 있으신가요?
재 : 지금까지는 찾아온 적이 없고, 약간 어렸을 때부터 슬럼프가 ‘자신이 만들어낸 합리화‘라고 생각했어서. 다행히 없고, 앞으로도 안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융 : 오, 너무 좋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이고, 나아갈 수 있었던 재호님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재 : 가장 큰 원동력은 춤을 좋아하는, 잘 추고 싶어 하는 마음인 것 같고. 그다음으로는 뭔가 조금씩 이루어나가고, 내 삶이 바뀌어 나가는 걸 보는 게 소소한 즐거움인 것 같아요(미소). 배틀 영상을 보고 힙합을 시작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배틀에 나가기 시작한 건 21살 때부터였는데. 어렸을 때는 멀게만 느껴졌던 모습들이 조금씩 조금씩 원하는 대로 바뀌어 가는 걸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융 : 그럼, ‘JAEHO‘라는 댄서 혹은 ‘안재호'라는 한 사람으로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재 : 댄서로서는 ‘춤을 잘 추는 사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고. 개인으로서는 온전한 저의 집을 갖고 싶어요.
융 : 오, 좋은데요? 위치는 어디쯤으로 생각하고 계신지.
재 : 위치는 수도권이었으면 좋겠고, 되도록 넓었으면 좋겠고, 제가 원하는 인테리어로 되어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수납이 굉장히 잘 돼 있었으면 좋겠어서. 그 부분을 조금씩 살면서 계속 공부하는 것 같고(웃음). 그리고 제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안락하게 있었으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융 : (미소). 연습실도 있으면 좋겠네요.
재 : 네, 연습실이나 댄스 스튜디오도 나중에 꼭 해보고 싶어요.
융 : 너무 기대되네요(미소). 이제 어느덧 마지막 질문인데요. 춤추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릴게요.
재 : 일단, 마지막까지 이 인터뷰를 봐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고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볼 정도로 저한테 관심이 있으시다면... 저랑 좀 소통을 했으면 좋겠어요. 제 삶을 바꿔놓은 이 춤을 똑같이 좋아하고 있다면, 그 생각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얘기를 하면서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손을 흔들며) “소통해요."
음악과의 균형을 고민하며, 익숙함을 버리고 가능성을 실험해온 재호. 춤을 통해 원하는 삶을 그려왔고, 이제는 그 춤을 통해 더 많은 이와 연결되길 바라는 그의 진심이 오래도록 빛나길 바란다.
기획 및 편집ㅣ유영매거진
인터뷰이ㅣ재호